동전 동난 아르헨티나
박정경 기자
수정 2006-11-21 00:00
입력 2006-11-21 00:00
요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빵집에 가면 패스트리 조각을, 식료품점에 가면 여분의 당근을 ‘잔돈 대신’ 거슬러 준다. 동전으로 ‘끝전’까지 맞춰 물건값을 치르는 손님에게는 주인의 허리가 저절로 90도 꺾일 정도다. 시내 신문 가판대에는 ‘거스름돈 없음’이 나붙은 지 오래다.
하지만 시내 버스 요금통은 동전만 받도록 설계돼 있다. 승객들은 모으고 또 모은 ‘귀중한’ 80센타보스(약 230원)를 부어 넣어야 한다. 서민들은 버스를 탈 수 있을지가 늘 걱정거리다. 지하철은 최근에 아예 무료 개방을 했다. 교통당국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에 10센타보스짜리 동전 4500만개를 주문했지만 2400만개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쯤 되자 지하철과 버스 정거장 주변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극빈층들은 풀칠하기도 어려워졌다. 수천명에 달하는 거리의 악사나 거지들은 하루 종일 동전 한 닢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볼리비아인 기타 연주자에 50센타보스를 던져 주면 그의 온 식구가 먹고 산다는 걸 알지만 시민들은 동전을 아껴둬야 한다.‘도덕적 갈등’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스산하게 배회하고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2006-11-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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