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타협안 ‘더 커지는 佛’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저녁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새 고용법을 서명·공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문제가 된 최초고용계약(CPE)의 시험채용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해고사유 설명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새 법을 즉각 채택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9일 의회에서 채택된 고용법의 핵심인 CPE는 고용주가 26세 미만 직원을 채용한 뒤 첫 2년간은 사유 설명없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도모해 취업을 늘리려는 뜻에서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실업해소를 위해 즉각적인 법 적용을 밀어붙이고 있는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법 철회를 주장하는 시위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정교한 타협안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학생들과 노동계, 야권은 ‘이해할 수 없는 응답’이라며 즉각 거부하고 나섰다.CFE-CGC 노조의 장 루이 발테는 “대통령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한쪽으로 법 시행을 주장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다른 법을 원하는 그의 구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과 노동계는 법안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예정대로 4일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학생조직 UNEF의 브뤼노 쥘리아르 회장은 “젊은이들이 대통령에 모욕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성토했다. 노동계도 CPE를 먼저 철회해야 대화에 응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CGT의 베르나르 티보 위원장은 의회가 CPE를 수정하지 말고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11개 좌파 정당도 1일 회동을 갖고 계속 저항하기로 합의했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제1서기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을 철회하는 것”이라며 CPE를 철폐하기 위한 새 법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타협안에 반발하는 시위도 이어졌다.31일 밤 파리 시내 바스티유 광장에 모여 시라크의 연설을 듣던 시위대 중 일부가 가두 시위를 벌이며 경찰에 병을 던지고 건물 유리창을 파손했다.1일에도 파리 시내에 2000여명이 모여 유리창을 깨고 차량을 훼손했다. 또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의원 사무실에 계란을 던지고 소르본 대학을 지키는 경찰을 공격하기도 했다. 지방의 리옹, 낭트, 스트라스부르, 보르도에서도 시위가 잇따랐다.
한편 2일자 르파리지앵에 보도된 CSA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62%가 시라크 대통령의 TV 연설 내용을 납득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통령의 수정안에 대해서도 56%가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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