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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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기자
수정 2006-03-18 00:00
입력 2006-03-18 00:00

멕시코시티 9m↓ 뉴올리언스 4m↓ 상하이·방콕도…

도시가 가라앉는다. 전설의 대륙 애틀란티스 얘기가 아니다.21세기 지구촌 대도시들이 맞닥뜨린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의 뉴올리언스는 지난 130년 사이 4m 넘게 지표면이 내려앉았다. 물의 도시 베니스, 사막의 낙원 라스베이거스도 마찬가지다. 1년새 적게는 손가락 한마디에서 많게는 손바닥 한뼘 깊이까지 땅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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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운동에 따른 침하나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 거시적 요인도 있지만 직접적 원인은 무른 지형에 무리하게 지어올린 대규모 건축물과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이 꼽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난개발과 지하수 사용이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지반침하를 낳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신문이 꼽은 대표적 도시는 인구 2200만명의 ‘초거대도시’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의 대성당은 문제의 심각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이 유서 깊은 건축물은 현재 강철로 만든 지지대에 의존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바닥과 지붕은 기괴한 각도로 어긋난 채 기울어져 있다. 몇 군데는 다른 부분보다 2m 넘게 가라앉아 있다.

시 당국에 따르면 매년 시 전역에서 평균 15㎝씩 지반이 내려앉고 있다. 지반이 약한 공항 인근은 지난해 무려 38㎝가 낮아졌다.100년 사이 무려 9.1m가 가라앉은 곳도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호수를 매립해 만들어진 도시인 까닭에 지형이 무른 점토질로 이뤄진 데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지반을 지탱하던 지하수층이 빠른 속도로 공동화(空洞化)돼 가는 탓이다. 현재 멕시코시티로 새로 유입되는 인구는 하루 평균 1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강수량은 턱 없이 부족해 시는 초당 1만ℓ의 지하수를 퍼올려 물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고질적인 지반 침하는 멕시코에 원치 않는 선물도 안겨줬다. 무너지는 건축물을 지지하는 기술은 세계에서 멕시코를 따라올 나라가 없다.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을 살린 것도 멕시코 기술진이다.

중국의 창장(長江) 하류지역도 심각한 지반침하를 겪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난징(南京) 지질광산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상하이 등 50곳이 넘는 창장삼각주 지역에서 지반침하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손실만도 3150억위안(약 40조원)이나 된다.

상하이의 경우 황푸강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지반이 12∼15㎜씩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남 무안에서는 13년 전부터 땅이 꺼지는 현상이 19차례나 나타났다. 지난 2000년에는 방앗간 건물이 19m 아래로 내려앉기도 했다. 당시 조사단은 지하수 고갈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엔 청계천 인공양수를 위해 사용되는 지하수가 주변지역의 침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를 두고 학계와 서울시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3-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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