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곳!] 파리의 얼음카페 ‘아이스 큐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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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3-08 00:00
입력 2006-03-08 00:00
센 강변의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봄이 눈앞에 왔음을 알리지만 봄의 전령이 도저히 침범할 수 없는 곳이 있다. 파리에 최근 문을 연 ‘아이스 큐브 바(The Ice Kube Bar)’는 이름 그대로 얼음으로 만들어진 술집이다. 이곳에서는 사철 언제나 북극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보드카를 즐길 수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최초의 얼음 술집인 ‘아이스 큐브 바’는 북역 근처 뤼엘 골목에 지난해 11월 문을 연 큐브 호텔에 딸려 있다. 원래 스웨덴의 보드카 브랜드인 압솔루트사가 스톡홀름, 런던, 밀라노에 아이스 바를 열어 호응을 얻었던 컨셉트다.‘큐브 호텔’이 젊은이들의 감각에 초점을 맞춘 호텔 디자인과 어울리게 프랑스산 보드카 그레이 구즈 보드카와 손잡고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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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장’을 한 토머스(왼쪽)와 산드라가 얼음카페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파리 함혜리특파원 lotus@seoul.co.kr
완전 무장’을 한 토머스(왼쪽)와 산드라가 얼음카페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파리 함혜리특파원 lotus@seoul.co.kr
큐브호텔의 에티엔 르페브르 부점장은 “색다른 분위기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프랑스에서 처음 시도한 것인데 역시 기대했던 대로 반응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프랑스 최초의 얼음바를 경험하는 것은 마치 무슨 모험을 하는 것 같았다. 우선 큐브호텔은 간판이 전혀 없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뤼엘 골목에 접어들어 입방체가 새겨진 커다란 철 대문을 보고 이곳이 큐브호텔이라는 것을 짐작으로 알아맞춰야 한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얼음바에 가려면 전화나 인터넷(www.kubehotel.com)으로 예약해야 한다. 매일 저녁 6시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해 새벽 1시30분까지 문을 열지만 동시 최대 수용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해 놓았기 때문이다.

호텔의 철 대문을 들어서 데스크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입장료 38유로(약 4만 4000원)를 내면 입장시간이 적힌 음료 교환권을 준다.

안으로 들어가 안내원에게 외투 등 겉옷을 맡긴 다음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얼음바에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검은 문을 열고 들어가 이곳에서 제공하는 두터운 방한복과 장갑, 탈모자 등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서야 얼음바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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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인 바텐더 마리 조제는 보드카를 내보이면서 “영하 5∼10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lotus@seoul.co.kr
캐나다 출신인 바텐더 마리 조제는 보드카를 내보이면서 “영하 5∼10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lotus@seoul.co.kr
런던에서 온 남자친구 토머스와 함께 얼음바를 찾은 산드라는 조끼 위에 점퍼까지 겹쳐 입고 모자와 장갑으로 중무장을 했다. 그녀는 “얼마나 추울지 상상할 수가 없어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흥분이 된다.”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바텐터의 안내를 받아 얼음바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냉동고 속에 들어간 듯 코끝이 찡하게 한기가 느껴진다. 테크노 뮤직이 흥을 돋우고 네온 조명이 은은하게 실내를 밝히지만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벽면도 얼음이고, 조각도 얼음이고 술을 서빙하는 스탠드도 얼음이다. 심지어 보드카를 마시는 잔도 얼음으로 돼 있다.

총 20t의 얼음이 사용됐다는 실내는 조형 예술가 로랑 사시크와 제롬 푸코가 설계했다.

바텐더 마리 조제는 “이곳의 온도는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영하 5∼10도”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왔다는 마리 조제는 “몬트리올은 한겨울에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영하 5도의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활짝 웃는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알코올은 보드카로 제한돼 있다. 순수 보드카 외에 오렌지나 레몬 등 향이 가미된 순도 40도의 보드카와 보드카를 이용해 만든 칵테일을 안주와 곁들여 맘껏 마실 수 있다. 그렇다고 코가 비뚤어지게 마실 수는 없다.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0분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30분은 별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영하 5도의 추위에서는 짧은 시간도 아니다. 일찍 나가는 사람들은 있어도 더 있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마리 조제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추위를 잊으려고 동원하는 수단은 다양하다. 보드카를 연거푸 마시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한다. 모두 다 한결같이 즐거운 표정들이다.

컴퓨터 엔지니어인 루이즈는 남자친구 그레고리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아이스 바를 찾았다고 했다. 이들은 “아이디어가 너무 근사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상을 벗어나 작은 여행을 한 것 같았다.”며 즐거워 했다.

lotus@seoul.co.kr
2006-03-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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