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놀이 덕에 흉악범 잡았네
이지운 기자
수정 2006-02-03 00:00
입력 2006-02-03 00:00
허난성(河南省) 싱양시(滎陽市) 공안 경찰은 지난해 11월 살인 용의자 장즈쥔에 현상금 2만위안(약 260만원)이 걸린 시기를 전후해 장즈쥔 등 15명의 흉악범 사진을 트럼프 카드 앞면에 실었다. 주로 ‘J’‘Q’‘K’ 등에 사진이 실렸는데, 장즈쥔은 ‘하트K’에 해당돼 이때부터 그의 별명은 ‘훙타오(紅桃·하트)K’가 됐다.
공안은 현상수배범 사진이 담긴 트럼프 카드 50만벌을 만들어 교통 요충인 정저우시(鄭州市) 철도 공안국에 보냈고 이 카드는 정저우 역을 통과하는 모든 열차를 통해 각지에 전달됐다.
지난달 25일 아침 9시쯤 싱양시 공안국 형사정찰팀은 시내에서 장즈쥔을 봤다는 한 시민의 제보를 받았고 추적 끝에 27일 새벽 2시 한 가정집에서 장즈쥔을 체포하기에 이르렀다.70여일만의 개가였다.
중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트럼프 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택시 기사들은 차 트렁크 위에 판을 벌이기도 한다. 여느 수배 전단보다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기발한 발상이 언론에 보도된 뒤 인터넷 공간에도 떠돌아 엄청난 제보가 쏟아졌다. 당시 한 신문 기사는 “앞으로 카드놀이를 하면 쏠쏠한 부수입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보통 중국의 현상 수배액은 1000∼2만위안(약 13만∼260만원)까지다. 최고액이 팔려나간 만큼 제보 경쟁이 과열돼 앞으로 다른 범인들의 검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용자 특성을 감안해야 정책과 제도의 성공률도 높아진다는 한 사례로 삼아도 될 듯하다.
jj@seoul.co.kr
2006-02-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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