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中네티즌 움직인 ‘美대선 드라마’
수정 2004-11-06 10:21
입력 2004-11-06 00:00
서방세계에서 민주주의 불모지라고 지목받는 중국에서 미 대선은 중국민, 특히 젊은층에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 듯하다.
중국에서도 실시간으로 방송된 미 국민들의 투표 행렬과 박빙의 승부, 패자의 승복 등으로 이어진 ‘미 대선 드라마’를 통해 중국 네티즌들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았다.’고 고백한다. 중국의 포털 사이트인 시나(sina), 소후(sohu) 첸룽(千龍)망 등을 무대로 네티즌들은 미 대선 전후로 그들만의 솔직한 감흥을 여과없이 쏟아내고 있다. 당의 추천과 형식적 투표로 이어지는 선거방식과 최고 지도자가 막후에서 결정되는 비민주적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묻어나온다. 관영 언론들의 판에 박힌 분석기사와는 사뭇 다른 세상이다.
소후의 한 네티즌은 “미 대선은 인민이 어떻게 주인이 되는지를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주었다.”,“오로지 인민만이 영도를 결정하는 진정한 주인”이라고 톤을 높였다.“언제 우리도 권리를 행사하는 날이 올 것인가?”라고 직설화법의 네티즌도 있었고 “패권은 반대해도 민주는 학습하자.”는 구호성 외침도 보였다.
“강자는 아무리 욕을 해도 죽지 않는다. 차라리 미국의 강대함을 배우자.”는 실사구시파와 “미국민들이 부럽다. 내세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숭미(崇美)파들도 나왔다.
미 대선은 초등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베이징 둥청(東城)구 펀스팅(分司廳) 소학교의 6학년 학생들이 미국 대선을 모방한 ‘자유선거’가 벌어져 화제가 됐다고 중국 청년보가 전했다. 학교측은 “4차 투표까지 가는 동안 극심한 경쟁과 상호비방, 성(性) 대결, 심지어 금전 공약까지 나왔지만 학생들에게 민주주의 교육을 실천했다는 자부감을 갖는다.”고 유익성을 강조했다.
점점 좁혀지고 있는 지구촌 시대에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인들의 인권과 민주에 대한 요구를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수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oilman@seoul.co.kr
2004-11-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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