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우리가 찬양받는 목민관을 가지려면/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수정 2010-05-04 00:00
입력 2010-05-04 00:00
끝없이 터져나오는 비리로 지방자치 그 자체가 공동묘지로 들어가고 있다. 왜 이 지경이 되었던가? 어떤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을 다른 원인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한 막스 베버의 말을 곱씹어 보자. 원인을 그대로 두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먼저 그렇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정당공천제가 그 첫 번째 원흉이다. 공동묘지의 제사음식을 가로챈 사람들은 대체로 정당소속이라는 것이 그 증거다. 정당참여는 부정부패만이 아니라 정책 없는 자치도 양산한다. 공부하지 않는 의원, 비전 없는 단체장들이 판을 치는 것은 바로 정당 때문이다.
민주제도는 자율적인 시민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기에 주민들의 무관심은 부패의 병원균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둘 중에 한 명이 기권이라는 백지위임을 했다. 백지위임을 했다면 당선된 사람이 무능하고 부패해도 할 말이 없다. 평소에는 마치 정치평론가인 것처럼 온통 정치 이야기만 하는 사람 중에도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찍어 줄 만한 후보가 없었다.”는 변명을 한다. 그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장 나쁜 후보가 설 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투표를 하는 만큼 중요한 것은 그 후의 관심이다. 주민들이 수혜자에서 지역의 주인으로, 그리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에만 열심이지 않고 해결책을 찾는 주체로서 살아가려는 곳에서 민주주의의 꽃은 핀다.
지방의원들과 자치단체장은 생활의 일상을 정치의 세계에 투영시키면서 국민의 정치적 정서를 형성한다. 그래서 시장이 멋있어 보이고 지방의원이 존경받는 나라는 존경받는 정치를 갖게 된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씨앗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지방의원과 단체장들은 너무 고달프고 피곤하다. 지난 설날 밤. 충북의 한 시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는 출마를 포기할까 합니다. 8년 동안 가족과 함께 놀아 본 기억이 없어요. 보통 아침 7시쯤에 집을 나서고 밤 10시가 넘어야 돌아옵니다. 주말도 8시쯤에 출근해서 10시쯤에 귀가합니다. 한 달에 10일 정도 관외 출장을 갈 때는 보통 밤 12시 이후에 귀가하고요. 온몸이 파김치가 되었어요.”
단체장들은 기업을 방문하여 세일즈를 하고, 예산을 얻으려 중앙부처도 찾아다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행여 산불이 날까 온통 걱정 속에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전북 Y군의 군수는 승용차로 하루 평균 170㎞를 이동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엄청난 보수를 받는 것일까? 공기업의 과장급 보수를 받는 그들은 카드로 써야 하는 판공비를 받지만 언제나 모자란다. 퇴직금도, 연금도, 보너스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그들이야말로 나약한 가장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대부분은 청렴강직하다. 그러나 타락한 세상에서는 그들도 타락하기 쉽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그들을 지켜주어야 한다. 우리는 비리를 범한 자들을 고발하듯이, 지역의 희망을 경작하는 그들의 업적도 찬양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찬양받는 지도자를 가질 수 있다.
2010-05-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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