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원자력 강국, 국제적 책임과 권리/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수정 2010-02-08 00:46
입력 2010-02-08 00:00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우려도 많아지고 있다. 자칫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독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군사적·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가 절실한 만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세계는 벌써 원자력의 그림자를 걷어내려는 장정을 시작했다.
이달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원자력 관련 국제적 인프라구조 개발 회의’를 시작으로 3월엔 아부다비에서 ‘원자력 인력양성 프로그램 회의’, 4월엔 워싱턴에서 ‘핵안전 정상회의’와 카자흐스탄에서 퍼그워시 총회, 5월엔 뉴욕에서 ‘핵확산 금지조약 검토회의’, 6월엔 다시 빈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련 회의’ 그리고 11월엔 IAEA의 ‘국제 안전기구 회의’ 등 일련의 핵 안전규제 및 핵 확산 금지에 대한 국제회의가 준비되고 있다.
한국은 이번 UAE의 원자력 발전소 수주로 세계 원자력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의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은 북한의 군사 무기화에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통한 신성장 동력 수출산업화라는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핵 확산금지 운동과 연계한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와 협력해 ‘다국 공동협력 체제에 의한 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위한 국제공동의 혁신기술 개발’ ‘핵 확산금지 교육 및 캠페인’ 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활동을 지식경제부나 외교통상부, 국방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특정 중앙부처가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결정과 재가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보는 수순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관련 오피니언 리더가 모인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글로벌 NGO와 연대해 움직일 것인지를 고민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미국, EU 중심의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 과제에서 대한민국과 같은 중간국가(Middle Power)의 조정자 역할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핵 확산금지, 다국 안전 협력체제 유지 등의 방법에 대한 연구, 핵 확산금지가 보장되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새로운 혁신 기술의 국제협력 연구, 교육 및 홍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고준위핵폐기물(High Level Waste)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데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역할을 세계는 바라고 있다.
경제적 수준에서의 G8뿐만 아니라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국운 있는 2010년의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2010-02-0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