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재건축 아이러니/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수정 2018-02-22 22:45
입력 2018-02-22 22:42
지자체도 관내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 통과에 협조적이다. 이 때문에 구청에서 현지 조사를 나가면 점수가 후했다.
당시엔 안전진단 통과 정보는 곧 돈이었다. 조립식 공법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쉽게 통과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들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공장에서 찍어 낸 벽체가 더 튼튼했지만, 이음매 부분이 벌어지는 게 단점이었다. 연탄난방 가스중독 염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라별 아파트 교체 주기는 프랑스가 80년, 영국은 128년, 일본은 54년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27년이다. 일본의 딱 절반이다.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을 대략 50년쯤으로 보지만, 두께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200년도 쓸 수 있다. 주거문화와 건축양식이 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27년은 너무 짧다. 재건축에 사회적 낭비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재건축 아파트가 서울 강남권 집값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규제책을 내놨다. 구조안전의 배점을 20%에서 전체(100%)의 절반인 50%로 확대했다. 참여정부 때로 돌아간 것으로, 30년이 아니라 40년이 됐더라도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보도자료의 제목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로 달았다. 그동안 비정상이었던 것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다. 정권이야 바뀌지만, 공무원은 그대로인데…. 그동안 그들이 완화하고, 고쳐 놓고 정상화라고 하니 실소가 나온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은 빈말이 아니다.
서울 목동이나 강남 등의 오래된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한다. 어떻든 이번 조치가 집값 안정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보완책도 내놨으면 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등 강남권 이외 지역의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신축성을 보였으면 한다.
또 아파트 재건축이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해 노후 주택의 리모델링이나 용적률 체계 등도 이에 맞게 손을 봤으면 한다.
sunggone@seoul.co.kr
2018-0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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