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소녀상이 주는 울림/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수정 2017-03-28 23:52
입력 2017-03-2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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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은 엊그제 우리 국민이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에 의미 있는 승리를 안겨 줬다. 소녀상의 철거를 위해 일본 정부와 일본계 극우단체 등이 지난 3년에 걸쳐 제기한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것. 이 소녀상은 국민모금 등으로 국내에 세워진 것과 똑같은 크기와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상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할머니들의 고통을 공감해 보라는 의미에서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도 함께 놓여 있다. 미 대법원의 각하 결정에 대해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까지 나서 “패소는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미 하원의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혹독한 인권유린을 경험한 위안부 여성들을 포함해 과거를 잊지 말아야 이 같은 잔학행위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대법원 등 사법기관에 ‘정의의 여신상’을 두고 있다.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는 여신처럼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웅변한다. 뉴욕항 입구의 리버티 섬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자유에 대해 끝없는 영감을 주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과 두려움 없는 소녀상 또한 시공을 초월해 억압과 차별로 고통받는 여성을 대변하며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성찰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17-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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