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수정 2017-02-01 00:59
입력 2017-01-31 22:36
두 자녀를 둔 어느 학부모의 한자 교육 경험담. ‘한글 전용’ 소신에 의해 한자 교육을 시키지 않은 첫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급격히 늘어난 교과서의 한자용어 때문에 내용 파악에 애를 먹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둘째 아이에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한자 교육을 시켰더니 정반대의 학습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고진감래(苦盡甘來)가 뭐냐고 물어보면 “고생을 진탕하면 감기가 온다”거나 졸부(猝富)는 “졸라 부자”, 맥콜은 “보리 맥에 콜라 콜”이라고 대답하는 게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요새 아이들이다.
헌재의 2016년 11월 24일 결정에는 5대4의 아슬아슬한 합헌 판단도 있었다. 한자를 교과목에서 배제하거나 필수과목으로 넣지 않은 교육부의 초·중학교 교육과정 고시에 관한 것인데, 위헌이라 판단한 4인은 “우리말은 한자어와 고유어로 구성돼 있어 한자 교육은 필수 불가결”이라는 의견을 냈다. 교과서를 포함한 공문서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한자 교육은 필수가 아니다’라는 위헌 의견이 헌재에서 다수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경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2-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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