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올랜도 총기 테러/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수정 2016-06-14 00:40
입력 2016-06-13 22:56
대형 총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컸다. 뉴욕타임스(NY)는 지난해 12월 5일자 1면에 ‘총기 창궐’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민간인이 살인을 목적으로 설계된 무기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격분할 일이며 국가적 수치라는 논지를 폈다.
그러나 논쟁은 논쟁으로 끝났다. 1776년 미국 독립의 역사와 맞물린 탓이다. 1791년 수정헌법 2조에다 ‘무기 소지 및 휴대에 관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총기는 서부 개척 당시 인디언과의 싸움을 위해, 그리고 사냥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자기방어권을 명문화한 것이다. 수정헌법 2조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지만 연방대법원은 2008년 ‘자택 안에서는 자기방어를 위해서’라며 총기 소지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총기 규제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연방하원과 상원이 각각 3분의2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뒤 50개주 중 4분의3(38개주)이 찬성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1871년 설립돼 430만명의 회원을 가진 미국총기협회(NRA)의 영향력도 만만찮다. 더욱이 ‘총기를 소지해야 총격 사건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인식도 총기 규제의 걸림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 취임 이후 총기 난사 사건으로 20번째 연단에 섰다. 플로리다주 올랜도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참사에 대한 성명을 위해서다.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53명이 다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이자 증오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국인들은 총기를 필요악으로 여기며, 악보다 필요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실론이다. 총기 없는 사회, 미국에서는 꿈일 듯싶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6-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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