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최저임금제 논쟁/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수정 2016-06-07 21:40
입력 2016-06-07 20:52
세계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곳은 뉴질랜드다. 1894년 산업조정중재법을 통해서다. 당시 직물산업이 발달하면서 값싼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노동 착취가 심해지자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2년 뒤에는 호주가 시행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린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이다. 영국은 1349년 임금 상한선을 정했지만 1909년에서야 현대적 의미의 최저임금제에 들어갔다. 미국은 1911년 매사추세츠주가 처음 실시했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제와 주(州)가 여건에 따라 정한 최저임금제로 나뉘어 있다.
최저임금제에 대한 논란은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빈곤을 줄이는 데다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와 고용 감소 때문에 빈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부딪히고 있다. 노사 간의 판이한 시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월급으로는 209시간 기준 126만 270만원이다.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성하다. 까닭에 사용자 측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동결 방침을 내세운 반면 노동계는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만원과 동결이 맞붙은 격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불안정한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는 최고임금이다. 복지 비용이 아니라 삶을 위해 ‘노력’하는 개개인에 대한 사회적·법적 보호장치다. 영국은 지난 4월 최저임금제를 생활임금제로 바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일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오는 28일쯤 확정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참고해 볼 만하다.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은 삶과 노동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6-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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