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닌텐도의 새 도전/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수정 2016-04-08 18:08
입력 2016-04-08 18:02
2009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지식경제부를 방문, “우리도 이런 (닌텐도 DC) 게임기를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고 언급하자 닌텐도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최근 과학계의 화두인 인공지능(AI) 현상과 비슷하다. 닌텐도 본사에 한국 관계자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3개월 뒤 국산 휴대용 게임기가 출시됐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1889년 화투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해 일본 최초로 플라스틱 포커카드를 제조했다. 1947년 ‘운(運)을 하늘(天)에 맡긴다(任)’는 뜻으로 닌텐도라는 회사명을 쓰기 시작했다. 1975년 비디오 게임을 시작으로 1980년 휴대용 게임기를 개발해 판매에 들어갔다. 휴대용 게임의 왕좌를 차지한 이유다. 말 그대로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타 사토루(1959~2015) 닌텐도 사장은 2011년 인터뷰에서 “모바일 게임 산업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슈퍼마리오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 역시 2012년 방한 때 “스마트폰 게임 출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매출 하락과 함께 닌텐도의 위기설이 돌던 시기였다.
닌텐도는 2011년 3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게임 왕국’이라는 영광의 끝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폰 등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른 모바일 게임의 열풍에 대응하지 못했다. 기존 주력 사업에 집착하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 패착이었다. 주고객은 이미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 갔다.
닌텐도가 지난달 31일 첫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미토모’를 15개국에 출시했다. 비디오 게임의 최강자라는 자존심을 버렸다. 모바일 게임의 대세를 인정한 체질 개선이다. 미토모는 나온 지 3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현재로선 옛 왕좌를 되찾을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닌텐도가 던지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4-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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