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인구이동과 종속변수/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3-10-26 00:02
입력 2013-10-26 00:00
두 사례는 인구이동의 요인과 양태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인구의 이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서부개척시대는 짐칸이 있는 ‘왜건’이라는 4륜차를 탄생시켰고, 군대의 텐트 천으로 만든 광부의 ‘진’바지도 그 때 유래됐다. ‘아파치 헬기’도 백인 이주민들과 싸운 인디언 부족 아파치족의 이름에서 나왔다. 몽골제국의 영웅 칭기즈칸이 이동식 천막집과 말의 속도전으로 세계를 지배했다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상징적인 대규모 인구이동은 이외에도 많다. 4∼5세기 게르만족을 비롯해 7∼8세기 노르만인의 이동, 17세기 초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청교도 이동 등이 그것이다. 우리에게도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남부의 농촌에서 관북(關北) 공업지대로 대규모 인구이동이 있었다. 1960년대 이후의 산업화와 도시화는 인구를 도시로 집중시켰다. ‘이촌향도’(離村向都)다.
우리나라의 월별 인구이동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장기적인 집값 폭락으로 인한 주택거래 급감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이동자수는 54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8만8000명) 줄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충청권의 인구 증가다. 세종시 덕분에 호남권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한다. 2017년 대선 즈음이면 영호남 패권주의를 허물고 ‘영·충·호 체제’를 갖출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구의 이동 요인에는 경제, 문화 등의 종속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향후 인구이동은 어떻게 변할까. 결혼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한 1인가구의 증가로 인구이동이 주춤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미래 주택정책에 감안해야 요소들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10-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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