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치통/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수정 2021-03-12 02:18
입력 2021-03-11 20:22
철학적인 삶을 채우기란 쉬운 것이 아니니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건강하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래서 흔히 치아가 튼튼한 것, 자손이 많고 무탈한 것, 부부의 백년해로, 손님 대접할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 명당에 묻히는 것 등을 오복으로 더 많이 꼽는다고 한다. 한결 욕심을 내려놓은 듯해 더욱더 공감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바람이 아닐까.
치통이 생겼지만 며칠째 꾹꾹 참고 지낸다. 장기간 복용하는 약이 있어 치과를 찾는 게 선뜻 내키지 않는다. 더군다나 자꾸만 줄어드는 치아 수를 떠올리면 우울감만 더 깊어져 가급적 치과 방문을 꺼리게 된다. 그사이 고통은 점점 심해지고 애꿎은 신세 한탄만 깊어진다. 큰 욕심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오복 중의 첫 번째로 꼽히는 치아조차 건강치 못하다고 생각하니 괜히 초라해진다. “지지리 복도 없지.”
2021-03-1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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