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당구장/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수정 2019-11-07 00:30
입력 2019-11-06 22:24
사회 초년병 시절 당구장은 음악다방과 함께 만남의 공간이었다. 딱히 즐길 거리도 마땅치 않았던 터라 당구장은 해방구 역할도 했었다. 담배도 피울 수 있었고, 음료와 간단한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 “짜장면은 왜 그리 맛이 좋았는지. 집 기둥뿌리 한두개쯤은 당구장에 바쳤다”는 말에 당시 대부분의 친구가 공감했다.
다시는 찾지 않을 것 같았던 당구장에 요즘 가끔씩 들른다. 은퇴한 선배들이나 옛 친구들을 만나면 술자리 다음으로 편한 곳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을 메울 수 있는 데다 게임 맛이 여전하다. 한창때와는 사뭇 다르지만 자세는 제법 봐 줄 만하다. 기억 속의 올백 머리 중년 남자보다 훨씬 더 나이 들어 당구를 즐기는 모습을 요즘의 젊은이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궁금하다.
yidonggu@seoul.co.kr
2019-11-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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