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변두리, 시골이라는 말/이지운 논설위원
이지운 기자
수정 2019-08-22 02:55
입력 2019-08-21 23:04
시골이라 하면, 시골 출신들은 대개 그러려니, 무덤덤했더랬다. 표정에 변화가 생긴다면, 영락없이 ‘지방의 도시’ 출신들이었다. 예컨대 부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사람들이었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끌끌 혀를 차는 이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반발’하는 이도 있었다. 지역의 명문고를 나왔다면 더 그랬던 것 같다.
“서울 변두리도 서울이랄 수 있나!”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일갈했다. 내가 ‘변두리’서 자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대전생으로 그곳 명문고 출신. “우리 때만해도 서울 변두리는 대전 중심만 못했지!”
시골사람 정체성을 강요당했을 때 이런 심정이었을까. 음주 총량이 평소를 웃돌 수밖에 없는 자리가 되곤 했다.
이제라도 두루 혜량(惠諒)하여 주시길. 기실 ‘시골’은 내게 늘 설렘의 대상이었는데, 명절이고 방학 때만 갈 수 있던 곳이었는데…. 이제 찾아갈 시골이 없으니, 공연히 심통을 부렸던 것은 아닌지. 아무튼.
jj@seoul.co.kr
2019-08-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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