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인의 아내/이두걸 논설위원

이두걸 기자
수정 2019-04-29 01:23
입력 2019-04-28 22:30
이러한 변화를 절감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아내 대신 내가 주로 유모차를 밀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와 유모차의 무게를 지탱하는 데에는 남성이 유리하면서도 효율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얼마 전 유모차의 한자(乳母車)에 ‘어미 모(母)’ 자가 들어간다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육아의 주된 주체가 어머니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低出産)도 비슷한 사례다. ‘낳을 산(産)’자가 포함되면서 저출산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다는 뜻으로 보여질 수 있다. 유모차 대신 ‘유아차’(乳兒車), 저출산 대신 ‘저출생’(低出生)으로 바꿔 쓰는 게 적절하다고 한다.
얼마 전 한 국내 언론이 고민정 청와대 신임 대변인을 ‘시인의 아내’라고 수식하자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모양이다. 한 기자는 SNS에 ‘지금은 21세기’라는 비판도 올렸다. 이른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는 건 무척 어렵다는 걸, 다시 절감한다.
douzirl@seoul.co.kr
2019-04-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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