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바쁨 강박/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수정 2019-02-27 03:20
입력 2019-02-26 23:34
정반대의 친구도 있다. 대기업 임원인 그는 연말 인사에서 승진해 핵심 부문장 자리에 올랐다. “많이 바쁘겠다”란 전화 인사에 그는 “바쁠 게 뭐 있나. 일이 거기서 거기지”라며 점심이나 하잔다. 약속으로 꽉 찬 달력에서 빈자리 하나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진다. 30년 지기인 그는 내 기억에 어느 자리에 있을 때건 특별히 바쁜 내색을 한 적이 없다. 바쁨도 중독된다고 한다. 실제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보여야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바쁨의 대부분은 결국 몸이 아니라 마음의 바쁨인 것을. 바쁨을 바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친구의 여유가 부럽다.
sdragon@seoul.co.kr
2019-02-27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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