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더위 이기는 법/손성진 논설고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손성진 기자
수정 2018-07-23 21:07
입력 2018-07-23 20:48
“추위와 더위가 다가오면 어떻게 피합니까?”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에 가면 된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이 어디입니까?” “추울 때는 그대를 춥게 하고 더울 때는 그대를 덥게 하면 된다.”

서옹 스님의 선문답이다. 체온이 낮으면 추위를 타지 않을 것이고 체온이 높으면 더위를 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체온은 인간 스스로 높이거나 낮출 수 없다. 스님의 말씀은 더위와 추위는 다 마음에 달렸다는 뜻일 게다.

덥다 덥다 하면 더 덥고 춥다 춥다 하면 더 춥다. 조선 중기의 문인 정경세(1563~1633)는 더운 날엔 문을 닫고 방안에 앉아 더위를 이겨냈다. 모두 비웃었지만 “고요 속에 서늘한 기운이 있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라고 했다.

하늘과 땅이 신열을 앓는 듯 펄펄 끓는다.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문명의 힘에 의지해 피하는 것이 나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공의 찬바람도 온종일 맞고 있다간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더위를 이기려면 더위와 하나가 되라는 말이 있다. 무엇에 집중하다 보면 더위도 쉬 잊을 수 있다. 땀을 흘리더라도 견딜 수 있는 만큼의 더위는 벗이라고 여기며 여름을 나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법이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2018-07-2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