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독도와 태극기/임병선 선임기자
임병선 기자
수정 2018-03-20 01:45
입력 2018-03-19 23:26
경찰 간부인 듯한 셋이 계단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부러움 반, 질시 반으로 쳐다보는데 어느 고교 졸업 30주년을 기념하는 무리가 플래카드를 펼치고 태극기를 휘저으며 함성을 질러 댄다. 태극기를 안 가져왔더라면 민망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실 독도 입안 조금 전 50일 동안 갇혀 지내는 독도경비대 대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과자 등 간식거리이니 성의를 더해 달라는 선내 방송에도 시큰둥해 있었다. 그런데 20분 정도 관광객들의 접근을 티 안 나게 막느라 애쓰는 그네들을 보니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배 문이 닫혔는데 한 아주머니가 과자 상자를 들고 창밖에서 거수경례를 하는 부대원들을 향해 소리친다. “과자 맛있게 먹어요.” 과단성 없는 난 몸 둘 바를 몰랐고 그네들은 배시시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bsnim@seoul.co.kr
2018-03-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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