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짚동/이경형 주필
이경형 기자
수정 2017-11-29 01:54
입력 2017-11-28 22:34
기러기 떼가 날아가다 일제히 논에 내려앉아 벼 그루터기를 쪼고 있다. 벼 베기, 탈곡, 볏단 수거가 모두 트랙터로 자동 처리되다 보니 논에도 기러기들이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초가집이 많던 시절, 이때쯤 농촌에선 지붕에 햇짚으로 엮은 새 이엉과 용마름을 올린다. 저녁에는 짚동에서 볏단을 꺼내 물을 뿌리고 떡메질로 부드럽게 한 뒤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를 짜 농한기 벌이를 한다. 짚동 대신 곤포들이 널려 있는 들판 풍경은 분명 문명의 진보일 텐데 왜 삭막해 보일까.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7-1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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