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고라니/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수정 2017-09-13 01:08
입력 2017-09-12 23:36
이후에도 야생동물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사랑스러운 짐승과의 관계가 어색해졌다. 줄거리는 이렇다. 가끔 들르는 시골집 텃밭에 지난봄 고추를 심어 놓았다. 그런데 고추는 가뭄을 견뎌 냈건만 가을이 되도록 짜리몽땅한 그대로다. 새순이 나오는 족족 고라니가 잘라 먹었다는 게 옆집 아저씨 이야기였다.
엊그제는 배추 모종을 심었다. 김장 담그기에 너무 많을까 걱정하면서…. 그런데 돌보지 않아 사람 키보다 크게 자란 잡초 사이에 못 보던 것이 있었다. 고라니 배설물이었다. 아차, 온종일 땀 흘려 고라니 간식을 주고 온 꼴이 아닐까 싶었다. 먹기만 해 봐라….
2017-09-1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