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독립유공자의 비애/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수정 2017-06-30 18:01
입력 2017-06-30 17:54
그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만주서 귀국한 석주 후손들은 집도 땅도 없는 남한에서 끼니조차 잇지 못했다. 생활고 때문에 중학교 이상의 교육은 사치였다. 더 힘든 것은 친일파 정권들이 석주 후손들을 연좌제로 몰아 ‘빨갱이’ 취급을 한 것이다. 고문을 받고 풍비박산 난 집안이 한둘이 아니다.”
가난과 울분 속에 독립운동가와 그 후예들은 이 땅의 최하층민으로 전락했지만 ‘친일 명문가’들은 반대로 승승장구했다. 일제에게 받은 하사금과 토지를 밑천으로 떵떵거렸고 해방 후에는 최고의 학맥과 혼맥을 통해 부와 권력을 늘려 갔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친일파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이 이런 꼴을 당하니 누가 애국하겠나” 그의 절규가 귓가에 맴돈다.
2017-07-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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