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병(病)/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기자
수정 2016-11-21 00:35
입력 2016-11-20 23:24
인생은 유한한 것인데 어떻게 살다 언제 가느냐가 가끔 친구들 사이에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장수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좀 일찍 저세상으로 가더라도 건강하게 살다가 가고 싶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대체적인 생각이었다.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主語)를 잃고 헤매이는/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기형도 시인의 ‘병’(病)이란 시의 일부다. 병이 어떤 병인지는 모르지만 병에 걸린 사람의 심정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죽을 때까지 아무런 병이 없이 지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병에 걸리지 않고는 죽을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문제는 병이 걸렸을 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큰 병에 걸리고도 자연의 섭리라며 순응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또한 그러지 못할 것은 뻔하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2016-1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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