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과 예찬/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수정 2016-11-04 01:01
입력 2016-11-03 23:32
모과는 향이 넘치지 않으면서 오래간다. 그리 진하지 않으면서도 멀리 퍼진다. 울퉁불퉁 못생겼지만 정감이 있다. 아내가 가끔 모과차를 낸다. 택배로 구입한 모과를 얇게 저며 재 놓았다가 끓여 준다. 모과의 독특한 신맛이 거북스럽지 않다. 은근하고 그윽한 향이 코끝을 맴돌 때의 느낌은 언제나 반갑다. ‘자주 마셔야지’ 다짐하면서도 잊어버렸다가 아내가 차를 내주면 다시 같은 생각을 한다. 수시로 보지는 못해도 만날 때마다 반가운 오래된 친구 같다고나 할까. 나이들수록 속 깊고 은근한 친구가 그립다. 모과가 다 지기 전에 덕수궁에 한번 더 가봐야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1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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