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버리는 습관/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수정 2016-10-23 23:20
입력 2016-10-23 23:06
간혹 물건 처리를 놓고 아내와 가볍게 다툴 때가 있다. 난 버리자는 쪽, 아내는 보관하자는 쪽이다. 내 개인 물건은 대체로 내 뜻대로 한다. 철마다 한 보따리씩 옷과 잡동사니를 버리기 일쑤다. 3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은 앞으로도 입을 가능성이 없고,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정반대다. 옷은 물론 잡다한 집기 등을 버리는 데 인색하다. 지금은 싫지만 언젠가는 쓸모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혹 아내의 예측이 맞기도 한다. 그래도 좁고 답답함을 감수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 주장으로만 보면 아내는 절약, 난 실용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비움과 채움을 추구하는 각자의 성향 차이인 듯도 싶다. 난 아내를 채워 주고, 아내는 나를 비워 주는 소통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10-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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