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시박/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수정 2016-10-13 21:38
입력 2016-10-13 21:24
가시박은 봄부터 덩굴을 늘리기 시작해 초여름쯤이면 일대 땅을 완전히 잠식한다. 각진 넓은 잎으로 태양광선을 차단하는 바람에 그 밑에서 다른 식물은 살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커다란 능수버들조차 너끈히 삼켜 버린다. 강둑 밭을 일구던 농사꾼이 “어쩌다 이 땅이…” 하며 혀를 찼다.
1990년대 초 병충해에 강한 특성을 활용, 토종 박에 접을 붙여 박 농사를 짓기 위해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다 상업성이 떨어져 방치됐고, 강한 번식성으로 습지 주변을 완전히 잠식해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유입된 황소개구리, 배스, 블루길 등은 이제 없앨 수도 없다. 우리의 단견과 무지가 이 땅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6-10-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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