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비상구/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수정 2016-08-04 01:07
입력 2016-08-03 23:40
미국에서 잠시 머물 때다. 아파트 계약이 끝나자 관리인이 비상구, 이웃과의 비상용 칸막이, 소화기 위치와 사용법 등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다. 다행스럽게도 쓸 일이 전혀 없었다.
한때 외부 주요 회의에서는 비상구 안내가 있었다. ‘회의장에 두 개의 문이 있고, 문의 왼쪽으로 돌면 비상구로 이어져 있습니다.’ 설명하는 쪽도 쑥스러워했다. 단 한번도 수순에 넣었던 적이 없던 탓일 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의 일이다. 그러나 얼마 못 갔다. 언제랄 것도 없이 슬그머니 없어졌다. 안전해져서일까.
비상구, 평상시에는 안중에도 없다. 비상 상황이 닥쳐야만 한 번쯤 생각할 법하다. 하루 종일 머무는 회사, 삶의 공간인 아파트의 비상구를 알아 두려고 신경 써 본 적이 있었는가. 글쎄다. 유비(有備)면 무환(無患)이라는데.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8-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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