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간소한 옷장/최광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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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기자
수정 2016-01-27 01:36
입력 2016-01-26 22:40
고교 시절 한 여선생님이 같은 옷을 일주일 내내 입고 다녀 친구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나이라 미혼의 그 매력적인 여선생님의 같은 옷차림은 근거 없는 ‘외박설’로 확대 재생산되기도 했다. 커서야 출근길 옷 고민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했던 선생님의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어제 딸이 태어난 후 두 달간 육아휴직을 했던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업무에 복귀하면서 페이스북에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라며 자신의 옷장을 공개했다. 옅은 회색 반소매 티셔츠 9벌과 짙은 회색의 후드 6벌이 전부다. 늘 같은 옷을 입는다 해도 집에는 다른 옷도 있겠지 했는데 아니다. “결정해야 할 것들을 줄이고 싶다”는 것이 이유란다. 쓸데없는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나에게 그의 간소한 옷장이 작은 화두로 다가온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6-01-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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