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세밑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수정 2015-12-22 21:35
입력 2015-12-22 21:14
하긴 영국의 어느 작가가 그랬던가. “너무 행복한 여인도, 매우 행복한 국가도 역사를 가지지 못한다”고. 힘겨운 일을 겪지 않고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없는 건 개인이든 나라든 마찬가지일 터. 그렇다면 한 해 동안 받은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온갖 시행착오도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한 해를 마감하는 세모(歲暮)에 떠올리는 정희성 시인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안 좋은 기억이나 부질없는 기대는 해가 바뀌기 전에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게 좋겠다. 그리고 어김없이 오고야 말 새해에는 지천에 널려 있는 클로버를 두고 굳이 보이지도 않는,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는 일은 없어야겠다 싶다. 클로버의 꽃말 자체가 행복이라는데 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5-1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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