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족의 정(情)/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기자
수정 2015-12-18 21:48
입력 2015-12-18 18:08
혹한을 버텨낸 것은 온전히 가족의 정 덕분이었다. 온 가족이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살을 맞대며 온기를 나누었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응팔’ 드라마에도 정겨운 풍경이 나온다. 늦게 퇴근하는 아버지가 드실 뜨끈한 밥 한 그릇을 이불 속에 넣고 고이 덮어 두는 장면이다. 아버지 밥그릇 속엔 가족의 정까지 담뿍 담았다.
절절 끓는 방에서 한기를 모르고 겨울을 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도리어 서글퍼지는 겨울이다. 온도는 후끈하지만 가족 간의 정은 식어간다. 아버지가 드실 밥은 보온밥솥이 챙겨 주니까 신경 쓸 일이 없다. 정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낸 시간이 많을수록 더 돈독해지는 모양이다. 부족할 게 없는 세상, 정은 가뭄철 논바닥처럼 메말라 간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2015-1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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