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을 배 따기/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수정 2015-10-12 22:24
입력 2015-10-12 17:58
지난봄부터 배나무 한 그루를 배정받은 주말농장을 두세 번 찾았다. 배꽃이 핀 4월에는 아내와 함께 꽃가루를 붙여 주는 수분 작업을 했고, 유월 초 여름엔 종이 봉지를 씌워 주는 정도의 일손을 거들었다.
물론 작은 열매나 가지 등을 정리하는 솎아내기 등 작업 대부분은 농장주의 손길에 의지해야만 했다.
가을 햇볕이 제법 따가웠던 어느 주말, 아들과 함께했던 배 따기 작업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듯싶다. 둘 다 농사 경험이 없는 얼치기라 처음엔 제대로 자라지도 않은 배를 따고,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가져간 쇼핑백 두 개는 금방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나무엔 여전히 많은 배가 달려 있었지만 더이상 따지 않았다. 일한 만큼의 수확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아들 주머니엔 큰 배 두 개가 더 들어 있었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15-10-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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