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망친 ‘하지 감자’/문소영 논설위원
수정 2015-06-29 00:16
입력 2015-06-28 23:48
도시농부 6년째에 감자 흉년은 처음이다. 탄저병 등 병충해로 고추농사를 망쳐도 땅속에서 자라는 감자는 늘 통통하게 여물었는데 40년 만의 가뭄에 주말 농부의 가슴도 멍들게 생겼다. 제주도 등에서 하지 감자가 쏟아져 가격이 내렸던 과거와 달리 요즘 감자 가격은 고공행진이다. 매년 하지 감자를 캐면 오빠네와 한 상자씩 나눠 먹었는데 올해는 빈손이라 망연하다.
아일랜드 농부들의 주식은 감자였는데 19세기 중반 감자 역병이 돌아 100만명이 굶어 죽자 살아남은 150만명이 미국으로 이주했던 기록이 떠오른다. 7년 연속 가뭄에 사람도 잡아먹었다는 17세기 현종 때의 ‘경신 대기근’도 생각난다. 가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6-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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