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꽃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봄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화사하게 다가오는 걸까. “세상의 풍경은 모두 황홀하다/햇살이 노랗게 물든 유채꽃밭이며/유채꽃 속에 온몸을 들이미는 벌들까지/…/내가 다가가는 사람이나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 모두 미치게 황홀하다” 한 지인이 이메일로 보내온 허형만 시인의 시구가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오랜만에 봄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아파트 단지 마당에 벚꽃이 순식간에 져 버렸다. 그러고 보니 올봄엔 그 흔한 벚꽃 축제에도 한번 가 보지 못했다. 거친 세파에 부대끼며 사는, 바쁜 일상이 핑계였지만….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봄도 금세 가버릴 것만 같다.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놓치는 계절이 아쉽기만 한 요즘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조바심 또한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사라진 대신 이제 코끝을 스치는 향과 함께 라일락이 반겨 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놓치기 전에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게 어디 봄꽃뿐이랴. 지방으로 전근하면서 연락이 끊긴 옛 친구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야겠다. 그리고 이번 주말엔 만사를 제쳐 놓더라도 시골집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할 듯싶다.

구본영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