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하프타임 예찬/서동철 논설위원
수정 2014-08-21 00:00
입력 2014-08-21 00:00
요사이 증상이 더욱 심해져 음악회에 중간 휴식이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반전이 끝나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 은밀한 눈빛이 오간다. 결혼식에서 혼주와 인사하고 어슬렁거리다 주례사를 듣다 말고는 작당해 도망가는 건 양반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도 휴식 시간에 전화를 켜니 문자가 와 있었다. ‘길 건너 순대집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곤 서곡(序曲)이 끝나자마자 나간 사람이…. 이 소식이 반가운 걸 보니 나도 슬슬 ‘전반전 전문 음악애호가’를 넘어 ‘서곡 전문 음악애호가’로 바뀌어 가고 있나 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4-08-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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