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부끄러움/박찬구 논설위원
수정 2014-06-02 00:26
입력 2014-06-02 00:00
퇴근길, 약속시간에 쫓기며 간신히 지하철 2호선에 올랐다. 몸을 돌리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바로 옆 20대 승객에게 눈길이 갔다.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게임에 몰입해 있었다. 다른 승객 서넛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기사를 검색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양쪽 팔은 죄다 ‘V’자, 그 팔들만 일자로 뻗어 내려도 주변 사람들의 불편함이 덜할 텐데….
순간 뒤쪽에서 누군가 거친 숨을 쉬며 내 등을 떠민다. 아차 싶었다. 온갖 잡동사니로 불룩한 배낭을 얼른 등에서 내려 양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화끈하며 식은땀이 흘렀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4-06-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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