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새벽잠과 쪽잠/정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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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05-31 01:39
입력 2014-05-31 00:00
술을 줄였더니 온잠은커녕 새벽잠이 되레 달아났다. TV를 켜놓고 눈을 감고 잠을 청하지만 때론 메모지에 새벽 단상을 적는 일도 잦다. 낮에 다시 보면 그 값어치가 반감돼 있어 낭패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아무튼 새벽의 TV 소리는 잠을 재우는 단방약(單方藥) 같은 역할은 하는 셈이다.

적당한 소음은 잠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학생들이 웅성대는 카페를 찾아 공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백색소음’(white noise)이라 하는데, 이 음을 들려주고 뇌파를 측정했더니 쉴 때 나오는 ‘알파(α)파’가 증가했다고 한다. 카페의 소음을 들려주는 웹 사이트도 있다니 빠른 상혼이다. 적막한 절간에서의 공부만이 능사는 아닌 시대다.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조는 사람이 많다. 적당한 소음과 흔들림이 잠을 청하게 만든단다. 아이를 재울 때 흔들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앉은 채 자는 말뚝잠이든 쪼그린 쪽잠이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 쪽잠을 즐기는 중년들에게 대체로 흰머리가 적다는 것도 흥미롭다. 틈나면 눈을 감는 습관은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5-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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