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황사 마스크 단상/박찬구 논설위원
수정 2014-04-15 00:00
입력 2014-04-15 00:00
며칠 전 약국에서 황사 마스크를 샀다. 안경 김서림을 막는다기에 혹했다. 사무실 여기저기 흩어진 마스크가 이미 3개나 되는 데도 말이다. 보온 겸용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마크를 새긴 마스크까지. 그런데 아뿔싸, 지난 주말 ‘황사마스크 주의보’라는 기사가 떴다. 황사 주의보가 아니라 마스크 주의보란다. 3개 중 1개가 불량이라니….
듣고 보는 것이 이데올로기였던 적이 있다.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거스르면 치도곤을 당하던 때였다. ‘시·대·변·명.’ 막고 싶어도 막지 못하는 황사의 도래에 의지와 신경이 움찔한다. 최소한의 보호 본능마저 불량 마스크의 위세에 주저앉는다. 일상의 체념에 인이 박인, 자디 잔 염량이라니.
여린 마음에 도리 없이 황사에 묻는다. ‘황사야, 내 마스크는 어떠냐, 나는 안전하냐.’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4-04-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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