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고향의 재발견/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4-03-18 00:19
입력 2014-03-18 00:00
사진 속 간이역 풍경은 단촐하지만 오밀조밀한 게 퍽 그럴싸하다. 고향의 하찮은 뒤태마저 들춰내 기록해 준 이들이 고맙다. 어떤 이는 찻길에 버려진 빛바랜 한 장의 승차권을 찍어 올렸다. ‘색깔 있는 곳’이란 평도 달렸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소박하면 소박한 대로 고향의 맛 아닌가. 하마터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한 고향의 속살을 남겨준 이들이 소중할 따름이다.
이제 간이역에 기차는 서지 않는다. 키 작은 소나무만이 바람결에 고향 얘기를 전해줄 뿐. 어느 누리꾼이 댓글을 올렸다. “외갓집 동네닷.” 불원천리(不遠千里). 도회 사람에게 고향은 언제나 한달음에 달려가고픈 어머니 품 같은 곳이다. 고향을 떠난 이여, 간이역 아니 마을을 홀로 지키는 쪼그만 비석이라도 한번 찾아보라.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3-1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