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돋보기/최광숙 논설위원
수정 2013-10-24 00:28
입력 2013-10-24 00:00
꽤 오래전부터 가까이 있는 것이 잘 안 보여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노안’이 찾아온 것이다.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하지만 돋보기가 마치 ‘나 나이들었네’하는, 물릴 수 없는 증거가 될까봐 돋보기 쓰기를 몇 년째 미뤄 왔다.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면 쓰고 있는 안경을 벗어 글을 눈앞에 가까이 두고 맨눈으로 읽어가며 버텼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손도 바쁘고 마음도 바쁜 나날의 계속이었다. 최근 용기를 냈다.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워 돋보기를 맞췄다. 비로소 나이에 순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도 젊음에 대한 미련이 남아 돋보기 같아 보이지 않는 듯한 안경테를 골랐다. 누가 봐도 돋보기인 줄 모르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3-10-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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