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쉼표 인생’/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3-09-11 00:00
입력 2013-09-11 00:00
며칠 전 ‘쉼표’의 뜻을 못 헤아린 채 시집을 덮고 말았다. 언어 조각이 이토록 읽는 이의 감정을 팔색조처럼 펼쳐낼까…. 소싯적 ‘쉼표의 꾐’에 빠진 적이 더러 있었다. 소설은 시말(始末)이 뻔하다며 그 끝을 보지 못하던 차에 ‘시(詩)쟁이’가 글길에 찍어준 쉼표에 혹했던 것. 그로부터 가끔 접한 쉼표는 삶의 길잡이로, 드잡이로 자리했다.
그제 펼친 시집에서 엄한 꾸중을 들었다. ‘무엇에나 이기면 좋고 지면 화나지/지고만 살아 와서/마음은 늘 화나 있고 몸은 늘 병든 걸… 뭐가 달라져야 말이지/내상으로 골병든 부상병인 걸’(유안진의 마이너리티 중). 악다구니가 많았냐고 죽비를 내리친다. 그러고 보니, 자존심의 ‘따옴표’만 찍으면서 살아온 듯하다. ‘쉼표 인생’도 그 얽음이 무진장할진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9-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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