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날로그의 추억/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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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2-05-15 00:20
입력 2012-05-15 00:00
방송에서 서울 강남의 한 대형서점이 곧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들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을 고르던 ‘만남의 공간’이 옷가게로 바뀐다니 여간 안타깝지 않다. 미국의 유명 서점인 ‘반즈&노블’도 뉴욕 맨해튼 지점을 폐쇄했다니, 오프라인 서점의 퇴조는 세계적 추세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나 스스로도 영어 사전을 펼쳐본 지가 참 오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으로 외신 기사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더라도 마우스를 한번 클릭하면 뜻을 새길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며칠 전 ‘디지털 세상’이 도래했다고 무조건 아날로그 방식을 폐기 처분할 이유도 없음을 실감했다. 최근 부친상을 당했던 친구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고나서다. 공직에 있는 그가 사양한다고 미리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문객들이 놓고 간 부의금을 길상사 등 사찰의 복지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위직 직함보다는 꾹꾹 눌러 쓴 그의 육필 사인으로 인해 문자 메시지에서는 감지하기 힘든 진정성이 느껴졌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2-05-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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