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취미/주병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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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2-05-04 00:00
입력 2012-05-04 00:00
언제부턴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패턴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거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참에 얼마 전 지인의 도움으로 집 근처에 작지 않은 평수의 텃밭을 빌렸다. 처음으로 채소 등을 심어 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현장에 갔더니 주인이 텃밭가꾸기 요령이라며 이것저것 설명해줬다. 우선 퇴비를 줘야 한다고 해서 몇 포대 사서 갈퀴로 텃밭갈이를 했다. 한참을 하다 보니 땀이 뻘뻘 났다. 그런 뒤 어떤 모종을 심을까 주인과 상의했는데, 주인은 우선 욕심을 내지 말란다. 땅을 ‘소유’한다는 개념보다는 ‘존재’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란다. 알 듯 모를 듯 하지만 느낌은 온다.

 첫 작업을 끝내고 텃밭 옆의 음식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땀을 흠뻑 흘린 뒤 황태 무침과 함께 들이켜는 막걸리 맛은 꿀맛이었다. 은행 지점장 출신의 음식점 사장과 궁합이 맞아 제법 먹었다. 이러다 막걸리 먹으려고 텃밭 가꾸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그래도 취미 하나 생긴 게 어딘가.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2-05-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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