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토란 농사/최광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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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1-09-30 00:42
입력 2011-09-30 00:00
해가 어둑어둑해지면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셨다. 아침 일찍 집을 나가셨다가 저녁이 돼야 귀가하시는, 반복되는 그 일상은 돌아가시기 몇 달 전까지 계속됐다.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다니셨는데, 어머니의 그런 일과는 예전에 살던 우면산 자락의 공터를 일궈 농사를 지으면서부터다.

처음 고추밭을 일구시더니 자신감을 얻으셨는지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갔다. 산 아래의 한 사찰 인근 텃밭에는 토란과 상추·쑥갓 등을 심었고, 등산로 입구에는 고구마까지 심었다. 특히 토란밭을 아끼셨는데, 밭 둘레에 작은 돌을 쌓아 예쁘게 꾸몄다. 쓸모없던 땅뙈기가 어머니의 부지런한 손길로 나날이 꽃밭처럼 변신하는 과정은 놀랍기만 했다.

어머니가 토란 농사를 하기 전에는 커다란 연잎 모양의 토란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달걀 모양의 토란으로 국도 끓이지만 토란 줄기는 잘 말렸다가 육개장을 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가을철 토란을 볼 때면 농사일에 푹 빠졌던 어머니가 더욱 생각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09-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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