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돼지/박홍기 논설위원
수정 2011-07-06 00:00
입력 2011-07-06 00:00
새끼 돼지가 태어날 즈음엔 어른들은 밤잠을 설쳤다. 한 마리라도 잘못될까봐서다. 새끼가 서너 마리면 못내 아쉬워하고, 예닐곱 마리면 평년작이라며 위안을 삼던 모습이 선하다. 새끼 돼지들이 우리 틈새로 나와 마당의 흙을 파헤칠 땐 손자들의 발길이 빨라지곤 했다. 쫓고 쫓겼다.
새끼 돼지가 어느 정도 컸다 싶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돼지장사가 찾아왔다.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쪽과 한 푼이라도 깎으려는 쪽의 흥정도 볼 만했다. 돼지장사가 자취를 감췄다. 돼지보다 먼저다. 대규모 양돈이 판치는 세상에서 일일이 동네를 다녀봐야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판로도 끊겼다. 그렇게 시골의 한 풍경인 ‘꿀꿀’ 소리는 사라졌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1-07-0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