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교(死敎)/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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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3-18 00:00
입력 2010-03-18 00:00
신문을 읽다가 어느 단어에 눈길이 멈췄다. ‘사교(死敎)’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태교(胎敎)를 받듯 죽음을 앞두고는 사교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쉽고 단순한 말을 쉰 살을 넘길 때까지 접하지 못한 게 오히려 이상했다. 이제서야 노년이 관심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때문일까.

하기야 최근 심기가 좀 복잡해졌다. 지난해 말 신체검사를 하고부터다. 골(骨) 밀도가 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건강에 자신 있었지만 요즘엔 그래서 별 걱정을 다 한다. 계단을 내려갈 때 관절이 약간만 시큰거려도 소침해진다. 가벼운 소화불량에도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몸에서 일어나는 노후 징조에 참 예민해졌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사교’란 단어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아무래도 아직 관심을 가질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죽음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공포를 잊고 품위있게 생을 마친다고들 한다. 자연스러워야 할 생로병사조차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한계인가 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3-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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