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걸음걸이/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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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16 12:00
입력 2009-11-16 12:00
어릴 적 이웃에 여군 출신 아주머니가 살았다. 걸음걸이가 늘 제식훈련하듯 씩씩했다. 아기를 업고 걸어갈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등 뒤의 아기는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른쪽 왼쪽으로 휙휙 쏠렸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쳐다보고 가는 그녀를 보면서 꽤나 웃었다. 걸음걸이도 고치기 힘든 습관인가 보다.

선배 한 분은 후배들의 걸음걸이를 유독 문제 삼았다. 어깨가 축 처지고 총총걸음을 하면 한소리 듣고야 만다. 어느 날 K후배가 딱 걸렸다. 선배는 다짜고짜 K를 불러세웠다. “야! 너, 걸음걸이가 그게 뭐야! 남자는 말이야, 걸음걸이에 인생을 싣고 다니는 거야!”라며 호통쳤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 선배, 다른 건 몰라도 걸음걸이만은 당당했다.



그 일 이후로 선배의 말을 새삼 마음에 새겼다. 항상 어깨 펴고 고개 똑바로 들고 당당히 걸으려고 애썼다. 걸음걸이에 인생이 달렸다는데 어쩌겠나. 살아가면서 시시콜콜한 일도 신경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9-1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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