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그리운 선생님/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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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06 12:00
입력 2009-11-06 12:00
고교시절 A 선생님. 수업 시작 종이 울리자마자 교실에 입장하고 마침 종이 울려도 강의를 계속하기 일쑤였다. 노는 시간 10분동안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열정은 이해하나 인기는 ‘꽝’이었다.

B 선생님. ‘(수업)시작할 땐 춘향이 걸음, 마칠 땐 홍길동 걸음’이 신조였다. 수업시간 앞뒤로 10분쯤은 우습게 뚝 잘라 먹었다. 우리는 시간이 아까워 강의 30분 동안 집중했고, 그를 좋아했다. C 선생님. 반장에게 그날 가르칠 부분을 칠판 한가득 판서시키고 설명은 아예 없었다. 언제나 각자 알아서 읽어보든 말든 식이었다. 대신 수업시간의 절반은 몸소 영화배우가 됐다. 키 185㎝, 몸무게 105㎏의 우람한 체격에 교단을 무대삼아 읊어대는 영화 ‘벤허’의 명대사….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그는 이 영화를 27차례나 보았고, 우리는 그를 무척 따랐다.



지금 같으면 A 선생님 빼고는 ‘모가지 감’ 선생님들. 그래도 지겨운 수업시간에 청량제가 되어주신 분들이다. 30년이 훌쩍 넘어 흘렀지만 그리움은 가슴에 늘 남아 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9-11-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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